○ 성격의 특성을 나타내는 ‘바탕 성(性)’
성(性)은 본래 타고난 성품, 마음을 의미하는 글자다.
본래의 독립된 의미로는 personality, nature 등의 어휘와 연관이 있다.
'natural personality' 정도가 되지 않을까.
접미어로 사용될 때는 그 성격이 제한적이다. 성질, 성품, 성격, 성향, 성징(性徵) 등의 의미로 활용된다.
( 영어로 치면 ~ity, ~ness, ~ical 등).
- (성질) 관성, 내성, 항상성(恒常性), 열성(熱性), 발전성, 유동성, 유연성,
- 만성(慢性), 급성(急性), 우성(優性)/열성(劣性),
- 본성, 속성, 개연성, 보편성, 정체성, 정통성, 중요성, 채산성, 현실성
- 이성(理性), 감성, 모성, 내성(耐性)
- (수준 ~ity) 도덕성, 공정성, 다양성, 인간성, 정당성, 창의성, 위험성, 심각성
- 지성(知性), 확실성,
- (성격) 개성, 근성, 극성(劇性), 사회성, 특성, 타성, 합성,
- (성향) 극성(極性, N극성, S극성), 유행성, 습관성, 상대성, 가능성, 감수성,
- (성징, gender) 여성, 남성, 동성, 이성(異性), 혼성(混性)
*‘성질’과 ‘성격’
성질은 본바탕의 질(質)을 따지는 것이고, 성격은 본바탕의 격(格)을 따지는 것이다. 질(質)이란 사물의 본성, 바탕을 의미한다. 격은 그 사물이 주변의 유사한 사물들 사이에서 차지하는 자리나 높이를 의미한다. 질은 그것의 절대적 정체고, 격은 그것의 상대적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사람에 대하여 ‘성질이 좋다’는 말은 타고난 품성이 유연하고 지혜로울 때 쓸 수 있는 말이고, ‘성질이 사납다’는 말은 타고난 품성이 야비하거나 난폭할 때 쓸 수 있는 말이다. 순하다, 간사하다, 부드럽다 등은 성질에 관한 표현이다.
대체로 ‘성질’이 타고난 품성에 관한 것이라면, ‘성격’은 후천적인 환경에서 유래되는 습관, 교육, 훈련, 깨달음 등에 의해 다듬어지거나 증폭되어 형성된 성질의 발현에 관한 것이다.
in-depth learning
성(性)은 왜 성(性)을 의미하게 되었나
현대에 와서 성(性)은 Gender나 sexual을 의미하는 글자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한자어에서 본바탕을 의미하는 글자(性)가 젠더나 섹스를 의미하는 글자이기도 하다는 것은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는 옛 동양문화에서 젠더를 사물 개체의 본성을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의 하나로 여긴 데서 출발한다.
왜 그랬을까? 동양인의 사물인식이 음양(陰陽)사상으로부터 발전되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동양사상과 학문의 출발은 역학(易學)이다. 역의 역(易)은 ‘바뀌다, 순환하다, 새로워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모든 만물이 서로 서로 바뀌고 순환하여 늘 새로워진다는 것이 동양사상의 근본적 세계관이다.
천지자연으로부터 시간 공간 그리고 모든 사물과 현상에는 ‘앞과 뒤’, ‘위와 아래’ 같은 상대적 성질과 가치가 존재한다. 서로 뗄레야 뗄 수 없고, 그렇다고 합하여 하나가 될 수도 없는 성질이다. 동전의 양면과 같고, 자석의 두 끝과 같다.
“하늘은 양(陽)의 끝이고 땅은 음(陰)의 끝이다. 하늘(乾)을 아버지로 하고 땅(坤)을 어머니로 하여 천하 만물이 생성되었다. 이러한 순환이 끝없이 이어지며 천지가 조화되고 그 가운데서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는 가운데, (이 작용의 정점에서) 마침내 인간이 태어났다. (주돈이(周敦頤)의 ‘태극도설’ 차용)”
극과 극은 서로를 극하며(相剋), 동시에 상통(上通=相生)한다. 양은 변하여 음이 되고, 음은 변하여 양이 된다. 이것이 거대한 순환이다.
기후가 건조하기만 하면 사막이 되고 습하기만 하면 늪이 된다. 좋은 환경이 아니다. 추운 계절과 더운 계절이 순환하며 교대로 돌아오는 조건이 가장 좋은 환경을 만들어낸다. 이것을 역학(易學)은 음과 양의 조화와 균형으로 표상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도 안 되고, 음과 양이 대립하기만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음과 양의 기운이 생명활동 가운데서 구체화된 표현형이 바로 여성(음)과 남성(양)이다. 이것이 동양철학(易學)에서의 생명관이다. 동물 가운데 암컷과 수컷이 분리되고 인간 가운데 남성과 여성이 있다.
천하가 순조롭기 위해서는 온기와 냉기, 마른 날씨와 궂은 날씨, 여름과 겨울이 조화롭게 순환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성과 여성은 동등한 자격과 권리를 가지고 서로 화합하고 때로는 견제하며 조화를 이루라는 것이 역학의 도덕률이다. 그 목표는 조화와 균형이다.
동양의학의 출발점으로 알려진 <황제내경> 中 ‘소녀경’으로 불리는 기록에서는 음양(남녀)의 교합을 건강차원에서 다루고 있고, 이것이 성(性)생활의 교범처럼 전해오고 있다. 동양의학에서 남녀의 성관계를 건강의 중심 이슈로 다루는 것은 인간의 건강에서도 음양의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다는 원리에 따른 것이다. 이를테면 사람은 남녀간에 성적 교류를 계속하여 갖는 것이 마치 비가 내리기도 하고 해가 뜨기도 하는 것처럼 땅(몸)을 비옥하게 하고 음양이 조화가 이루어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서양 사상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사람이 혼자 지내는 것이 좋지 못하다'라는 신의 가르침과도 상통한다. 장성한 남자는 부모를 떠나 이성(異性)과 만나 한 몸을 이루며 살아야 한다.)
이런 원칙이 본성을 뜻하는 性이 젠더 또는 교합을 뜻하는 글자로도 활용되게 된 이유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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