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동물: 야생, 半야생, 사육동물

야생동물, 사육동물, 인간 동반종

인간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동물은 세 종류로 나뉜다.

사람이 길들여 기르는 사육동물과 인간과 접촉하지 않고 야생의 상태로 살아가는 야생동물, 그리고 사람에게 길들여지지는 않지만 텃새처럼 사람 주변에서 주로 사는 '반(半)야생동물'들이다. 그러나 인간 주변에 사는 야생동물들을 지칭하는 용어는 아직 통일되어 있지 않다. 학자들에 의해 두루 사용되는 용어들이 있는데, ‘도시야생동물(urban wildlife)’ 또는 ‘인간 적응종(synanthropic species)’이라는 명칭이 가장 널리 쓰인다. synanthropic는 그리스어 'syn'(함께)와 'anthropos'(인간)가 조합된 말이다. 우리말로는 ‘인간 동반종’ ‘도시 적응종’이라고도 한다. 비둘기, 집쥐, 까치, 제비 등이 대표적이다.

 

인간 적응종의 구분은 일반적으로 ①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성 ②먹이활동이나 번식 등 생존활동을 인간생활의 부산물(먹이나 둥지)에 의존 ③다른 자연환경보다 인간주거지 부근에서 사는 경우(서식 밀도)가 훨씬 많은 경우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일부 야생동물이 인간 주거지역에 자주 나타나거나 둥지를 틀더라도, 그것이 자연환경에서보다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 한 인간적응종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앞서 육축(六畜)이라는 한자어를 통해 대표적인 사육동물들을 살펴보았다. (☞ 참조: 육축(六畜) 다시 보기 )  이 여섯 가지 동물은 12지지 가운데 모두 포함되어 있다. 12지(支)의 동물들 가운데 육축에 들지 않는 나머지 여섯 종은 쥐(鼠) 호랑이(虎) 토끼(兎) 용(龍) 뱀(蛇) 원숭이(猿)들이다.

쥐=자(子)/ 호랑이=인(寅)/ 토끼=묘(卯)/ 용=진(辰)/ 뱀=사(巳)/ 원숭이=신(申) 원숭이/

 

 

○ 쥐 서(鼠): 쥐, (비유)모습이 쥐 같거나 쥐와 같은 언행을 하는 인간

쥐는 인간 주변에 살며 인간의 먹이나 훔치거나 쓰레기를 뒤져 먹고 살지만 인간에게 길들여지지는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영악하게 살아남는 대표적인 인간 적응동물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가축 못지않게 친숙한 동물이어서 사람들의 말 가운데는 쥐의 행태를 빗댄 속담들이 많다.

 

- 서사(鼠思, 자잘한 걱정), 서복(鼠伏, 쥐새끼처럼 엎드려 숨음),

- 서적(鼠賊, 쥐처럼 야금야금 훔쳐먹고 사는 좀도둑),

- 서생원(鼠生員, 쥐처럼 좀스럽게 사는 보통사람)

 

<속담>

-고양이 앞의 쥐

-쥐도 급하면 고양이를 문다

-쥐를 몰아도 달아날 구멍은 주고 몰아라 = 쥐도 도망갈 구멍을 보고 쫓는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물독에 빠진 생쥐 꼴 = 똥통에 빠진 생쥐 꼴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쥐 새끼가 소 새끼더러 작다고 한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격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 범 호(虎): 호랑이, 범

동북아 지역에서 맹수를 대표하는 호랑이(=범)는 인간도 해칠 수 있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 사나움과 용맹성, 다른 어떤 동물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위용 등을 나타내거나 이를 빗댄 비유어가 많다. 옛날 이야기 중에서 용맹하고 힘센 영웅이 등장할 때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사람’과 같은 표현이 종종 관용적으로 등장한다.

 

- (호랑이): 금호(金虎-황금색 털을 가진 노란 호랑이), 백호(白虎, 흰 호랑이)

-호환(虎患, 호랑이로 인한 가축과 인명 등의 피해), → 호환마마

-호보(虎步, 호랑이처럼 씩씩하고 거침없이 걷는 걸음걸이)

-호구(虎口, 호랑이 입속이라는 뜻으로 갇히면 목숨도 잃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지경, 바둑에서 상대편 돌을 잡기 위해 입구를 벌려놓는 집)

-호혈(虎穴)=호굴(虎窟): 호랑이가 사는 굴. →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호골(虎骨, 호랑이 뼈. 한의학에서 근골을 튼튼하게 하는 약재로 침) → 사골(四骨)→ 우골(牛骨)→ 우족(牛足)

-호랑(虎狼, 범과 늑대, 욕심이 많고 잔인한 사람을 비유함)

-호시탐탐(虎視眈眈) 범의 눈으로 공격하여 덮칠 기회를 엿봄

-호자(虎子) 범의 새끼

-호질(虎叱) 호랑이처럼 사납게 꾸짖음. 연암 박지원이 쓴 단편소설 제목. 당대의 부패하고 위선적인 유생들의 위선을 풍자적으로 폭로하는 내용이다.

-호피(虎皮) 범의 가죽 → 호피(狐皮) 여우 가죽

 

<고사성어>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기호지세(騎虎之勢) 호랑이 등에 타고 달리는 형국으로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기세. 반면 탄 사람 자신도 중도에 멈추지 못해 내쳐 달릴 수밖에 없는 형국을 비유적으로 말한다. (→ ‘호랑이 꼬리를 잡다/밟다’는 속담과 유사하다. 호랑이가 사람을 떨구기 위해 날뛰며 도는데, 꼬리를 잡은 사람은 손을 놓으면 잡아먹힐 게 뻔하므로 호랑이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을 뜻한다.)

-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업고 설치는 모습. 흔히 유력자를 배경삼아 자기 힘인 양 설치는 간신이나 조무래기들을 비유한다.

-용쟁호투(龍爭虎鬪), 용호상박(龍虎相搏)

 

○ 토끼 토(兎)

토끼는 인간이 길들여 키우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인간과 교감이 되는 경우는 드물고, 야생에서 사는 경우가 더 많다. 한자어 토(兎)는 간혹 고사성어나 속담에 등장할 뿐, 한국어에서는 대개 한글이름 ‘토끼’로 쓰인다.

<고사성어>

수주대토(守株待兎) 견토지쟁(犬免之爭) 토사구팽(兔死狗烹)

 

○ 용 용(龍): 용, 제왕 (용/룡)

용은 상상속의 동물이다. 옛 사람들은 용을 상서로운 동물로 믿으며 임금 제왕에 대한 비유로 쓰기도 했다. 혹은 뛰어나고 신비로운 인물을 상징하기도 한다.

 

옛날 공자(孔子)가 주나라 수도에 가서 노자(老子)를 만나고 돌아온 일이 있다. 노(魯)나라로 돌아오자 제자들이 모여들어 노자가 어떤 분이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짐승은 잘 달린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새는 화살을 쏘아 잡고, 물고기는 낚시를 해서 잡고, 동물은 그물을 쳐서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용은 어떻게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지 알 수가 없으니 따라잡을 수가 없다. 노자를 직접 만나보니 마치 용과 같은 존재였다.”

 

<주역>(周易)에서는 제1괘인 중천건(重天乾)을 설명하면서 괘사에서 다양한 형태로 용을 언급하고 있다.

초구(初九): 잠룡물용(潛龍勿用) - 물속에 잠긴 용이니 아직 쓸 수 없다.

구이(九二): 현룡재전(見龍在田) 이견대인(利見大人) - 용이 들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큰 인물을 만나면 이롭다.

구오(九五): 비룡재천(飛龍在天) 이견대인(利見大人) - 하늘로 날아오른 용이니, 큰 인물을 만나기에 이롭다.

상구(上九): 항룡유회(亢龍有悔) - 높이 날아오른 용에게는 회한이 있다.

 

-공룡(恐龍)

-계룡(鷄龍)

-용궁(龍宮): 바다 속에 있다는 전설 속 용왕의 거처.

-용왕(龍王)

(비유)

-교룡(蛟龍): 때를 못 만나 뜻을 이루지 못하는 인물

-복룡(伏龍): 숨어있는 용. 세상에 나오지 않고 은거하는 숨은 인물

-와룡(臥龍): 누워있는 용. 초야에 묻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

-용문(龍門→등용문登龍門)

-용소(龍沼)

-용봉(龍鳳): 용과 봉황. 뛰어난 인물이 비유

-용봉탕(龍鳳湯): 용과 봉황을 함께 끓인 국. 실제로는 잉어와 닭을 사용함.

-용상(龍床), 용안(龍顏) 임금의 평상과 임금의 얼굴

-용포(龍袍) 임금의 정복.

 

○뱀 사(蛇): 긴 뱀, 뱀 같은 모양.

사(巳)는 뱀을 뜻하지만 12지 관련 단어에서만 쓰인다.

-독사(毒蛇), 화사(花蛇), 살모사(殺母蛇)

-사족(蛇足)

-사심(蛇心) 뱀처럼 간사하고 질투가 심하거나 표독스러운 마음

-사행(蛇行) 뱀이 기어가는 모습처럼 구불거리는 모습→ 사행천(蛇行川)

-장사진(長蛇陣)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

 

○원숭이 원(猿)

-원인(猿人): 직립보행을 시작한 고대의 화석인류. (ex.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원후(猿猴, ~類): 포유류 영장목 중 사람을 제외한 동물 통칭 (원숭이 후)

-견원지간(犬猿之間): 개와 원숭이처럼 서로 경쟁관계인 인간관계.

-유인원(類人猿): 유인원과의 동물.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긴팔원숭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