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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에 관한/장소에 관한 명칭들

09 장소: 왕궁에서 시작된 館 閣 閤 樓 亭 軒

by Chiron 21 2025. 1. 18.

○먹고 자는 집들- 관(館) 각(閣) 합(閤) 루(樓) 정(亭) 헌(軒)

왕들이 사는 궁궐에는 전(殿)과 당(堂) 외에도 그 이하의 왕족이나 조정의 대신들이 일하는 기관이나 부속시설들을 위한 건물들이 많이 있다. 관(館) 각(閣) 합(閤) 루(樓) 정(亭) 헌(軒)과 같은 명칭들이 각 건물의 용도나 등급에 따라 매겨졌다. 이중에는 홍문관이나 성균관 규장각 같이 사무와 연구, 강연(講筵) 등 목적의 시설도 있지만 영빈관이나 경회루와 같이 먹고 자고 쉬기 위한 목적의 시설에도 이러한 명칭이 붙었다.
관(館=객사)과 합(閤=곁방, 쪽문)을 제외한 각, 루, 정, 헌 등에는 모두 마루, 다락과 같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사방으로 열려 있는 정자에서 누워 쉬거나 시조(時調)와 창(唱)을 읊거나 주연(酒宴)을 갖는 모습에서 그 용도를 연상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현대에 와서 호텔이나 식당 등 숙식과 유흥 목적의 민간업소 명칭에 이런 글자가 접미어로 널리 사용되는 데에는 연유가 있는 셈이다.

 

- 관(館): 홍문관(弘文館) 대사관(大使館) 백악관(白堊館) 영빈관(迎賓館)과 같은 관공서 명칭에서 점차 변하여 미술관(美術館) 도서관(圖書館) 박물관(博物館) 체육관(體育館) 성균관(成均館) 등 공공건물에 주로 사용되다가 그 범위가 민간에게로 확대되었다. 회관(會館), 여관(旅館), 빈관(儐館) 수족관(水族館) 춘추관(春秋館) 등

 

- 각(閣)과 루(樓): (樓閣) 규장각(奎章閣) 내각(內閣)과 같은 정부기관의 명칭에 주로 사용되다가 일반의 누각에 널리 붙여지기 시작했다. 전망대로서 안팎을 살피는 기능을 가진 망루(望樓), 수루(戍樓)와 종소리가 널리 퍼져나가기 좋게 설계된 종루(鍾樓), 고루(鼓樓), 종각(鐘閣) 등에도 이 글자들이 쓰인다. 수상, 각료 급의 고위직을 부르는 경칭으로서 각하(閣下)가 있다. 지금은 중화요리집 간판에서 많이 볼 수 있다.

- (고유명사) 찬경루(청송), 청원루(안동), 광한루(廣寒樓 남원), 월영루(月影樓 안동), 수선루(睡仙樓 진안)

 

- 정(亭)은 정자(亭子)를 의미한다. 벼슬 없는 사대부나 벼슬에서 물러나 낙향한 관리들이 향촌에 세운 정자들이 많다. 마을 원로들의 휴식처로 노인정(老人亭)을 마련하는 것은 이 전통의 연장이라 할 수 있겠다. 정자는 요즘으로 말하면 간단하게 먹고 마시면서 쉬는 공간인데, 음식점 중에서는 한식집 간판에 많다.

- (고유명사) 한수정(寒水亭 봉화), 체화정(안동), 하목정(달성), 귀래정(歸來亭 경주), 영보정(永保亭 영암)

*자료참고: 전국의 누정(樓亭)문화재 10곳,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문화재청, 2019년).

루(樓)와 정(亭)은 그 용도가 비슷하여 함께 지칭되는 경우가 많다. 마루 구조물을 2층으로 세워 아래층을 각(閣), 윗층을 루(樓)로 따로 명명하는 식이다. ‘고루거각’(高樓巨閣) 또는 고각대루(高閣大樓)는 높고 크게 지은 집을 이르는 말이다.

 

- 헌(軒): 자전에는 ‘집 헌’으로 되어 있지만 추녀, 처마 등을 함께 의미하기 때문에 행사가 있을 때 임시로 설치하는 차양 목적의 천막 같은 것을 지칭하는 글자로 생겨난 글자 같다. 수레 위에 차양을 친 것과 같은 상형문자의 조합이다. 마루가 넓은 공간에 –헌(軒)이 붙은 경우가 많다. 주로 관에서 설치하는 공적 공간이다.

- 동헌(東軒) 융헌(戎軒) 헌헌(軒軒) 등의 단어가 있다.

- (고유명사) 오죽헌(烏竹軒 강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