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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어 사전

상대어: 친절(親切) 사랑도 절도 있게

by Chiron 21 2025. 2. 23.

상대어 사전 * 친절(親切)

대하는 태도가 매우 친근하고 다정함 (국어사전)

- 친(親): 친하다, 가깝다, 사랑하다, 가까이 하다, 사이좋게 지내다. 
- 절(切): 끊다, 새기다, 간절하다, 바로잡다, 고치다, 가다듬다 

 

‘친절(親切)’이란 말은 ‘관계’에 관한 말이다. 남을 대하는 태도가 다정하고 호의적이고 고분고분한 것을 친절이라고 한다. 친하다, 가깝다, 가까이 하다, 사이좋게 지내다 외에도, 친화(親和)라는 말에서 보듯 서로 좋아하는 나머지 하나가 되는 힘까지도 연상해볼 수 있다(화학에서 서로 다른 성분끼리 잘 화합되는 것을 친화라 한다). 
 

‘친할 친(親)’은 본래 이러한 태도를 의미하므로, 친(親)이라는 한자가 쓰인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런데 뒤에 오는 절(切)을 보자. ‘끊을 절(切)’로 불리는 이 글자는 명칭부터가 친(親)한 것과는 상반된 느낌을 가지고 있다. 단호하거나 냉정하게 느껴진다.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 관계를 친분(親分)이라 하고, 친하게 대하는 태도를 친절(親切)이라고 한다. 분(分)이라는 글자도 끊어 나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분(分)은 무엇을 일정한 단위로 나누고 구별하는 것을 말하고, 절(切)은 일정한 간격으로 자르고 가다듬고 바로잡는 것을 말한다('분수를 알고 분수를 지킨다'라고 할 때의 분수分殊라는 단어도 있다).

요컨대 사랑하고 가까이 하는 일에 아무런 경계가 없이 무한정 친화(親和)되고 밀착하는(親密) 것이 아니라, 서로 최소한의 경계를 지키고 서로를 바로잡아주는 절제의 필요성을, ‘친절’이라는 말 자체가 내포하고 있다. 그러니까 친절은 사랑하고 아끼되 절도 있고 절제된 관계와 태도를 이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끊을 절’로 불리는 글자가 하나 더 있다. 절(絶)이란 글자다. ‘실 사(絲)’변을 쓰고 있어서 아예 연줄을 끊어버리는 것 같은 절박함마저 느껴진다. 그동안의 관계를 아예 끊어버리는 것을 절교(絶交)라고 한다.

물론 '친절'이란 단어에서 사용하는 절(切)자도 만만치는 않다. 글자 안에 ‘칼 도(刀)’가 들어 있지 않은가. 칼로 베듯 단호한 끊음이 연상된다. 하지만 칼의 쓰임새는 실을 끊어내듯 일도양단(一刀兩斷)의 기능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칼은 무엇을 다듬을 때도 쓴다. 절(絶)은 완전한 두절, 끊어버림의 뜻인 데 비해 절(切)은 상대적으로 '다듬어 바로잡는다 - 그래서 관계를 바로잡아 지속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親+絶'이 아니라 '親+切'로 쓴 데에는 이런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친하되 가까움과 분별하고 서로를 바로잡아주는 親切한 관계가 무르익는 것을 친숙(親熟)이라 한다. 이러한 관계가 잘 형성될 때 좋은 ‘친구(親舊)’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뒤 글자가 바뀐 '절친(切親, '절실히 친한 친구'라는 의미)'이라는 말도 있듯이, 절(切)의 또다른 뜻인 간절(懇切)함, 절실(切實)함의 의미로 풀어볼 수도 있다. 그러면 극진히 다정하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친절이라는 말을 실제로 사용할 때, 그 뉘앙스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 참고할 단어
- 친밀(親密): 사이가 매우 친하고 가까움 (→ 밀접密接)
친근(親近): 서로 친하여 사이가 가깝다
친구(親舊): 1.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
친화(親和): 1.서로 뜻이 맞거나 사이좋게 지냄
                   2.서로 종류가 다른 물질이 화합함

*분수 (分殊): 1.자기의 신분이나 처지에 알맞은 한도
- 요즘 한자에서는 수학 용어인 분수(分數)와 구분 없이 分數로 통합하여 쓰고 있다. 
그러나 장횡거(張橫渠/ 張載. 1020-1077 宋대의 철학자)의 고전 ‘서명(西銘)’에서 장재는 다양한 위치에 있는 인간들이 저마다 자기에게 맞는 역할에 충실해야 함을 역설하면서 '분수(分殊)'라는 개념을 쓰고 있다. ‘사람마다 자기 분수를 지켜라’고 할 때의 ‘분수’를 단순히 물량적으로 수(數)를 나눈다는 의미의 분수(分數)로 쓰는 것은 현대 한자어의 와전이거나 왜곡일 듯하다. 이것을 진정한 개개인의 분수를 의미하는 말로 볼 수 있을까. 따라서 여기에는 각자의 특수성, 장점을 나누어 맡고 지킨다는 의미의 분수(分殊)를 되살려 씀이 적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