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사람: 신분과 특성을 나타내는 '놈 者'
인(人) 자(者), 가(家), 사(師), 사(士),
자(者), 관(官), 리(吏), 원(員),민(民),부(夫),수(手)
○ 놈 자(者)
사람을 가리키는 보편적인 의미의 한자어. '놈 자' 대신 '사람 자'라고도 부른다. 다만 사람 인(人)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그 대상을 살짝 낮추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본래 우리말 ‘놈’은 특별히 비하하는 의미는 아니었다. ‘사람’보다 조금 편하게 부르는 정도의 지칭이랄까.
반드시 사람을 지칭할 때만 쓴 것도 아니고, 실체가 있는 사물 개체를 지칭할 때도 편하게 사용했다.
(ex. 수박을 파는 가게에서 ‘어떤 놈으로 드릴까요. 잘 익은 놈으로 골라주세요’).
한자어 '놈 자(者)' 역시 가리키는 대상을 높이거나 낮춤 없이 객관적이고 차별을 두지 않는 일반 호칭에 해당한다. 하지만 순 우리말 '놈'과 한자어 '者'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첫째, 우리말 '놈'이 살짝 낮춰 말해도 되는 편한 대상에게 주로 쓰이는 데 비해 한자어 '者'는 대하기 편한 대상 뿐 아니라 제왕이나 신(神)에 해당하는 왕자(王者)/ 조물자(造物者)/ 지도자/ 성자(聖者)로부터 독재자, 망자(亡者=죽은 자) 범죄자 노숙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상에 대하여 대등하고 가치의 차별이 없는 객관적인 지칭으로 사용된다.
둘째, 우리말 '놈'은 주로 물리적 실체를 가진 대상(주로 인격 부여가 가능한)을 지칭하는 데 비해 한자어 '者'는 물리적 실체가 아닌 사물이나 허구적(추상적) 개념에 대해서도 사용될 수 있다(ex. 前者 後者 등).
'사람 人'과 대비해서 볼 때에도 '놈 者'의 사용범위는 훨씬 넓고 포괄적이다. 사람을 가리키는 호칭으로서의 '놈 者'는 대개 '사람 人'과 자유롭게 호환될 수 있지만, '사람 人'은 사람이 아닌 대상에 대해서는 사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문 고전에 자주 등장하는 者의 의미는 크게 '놈'과 '것' 두 가지에 해당한다. 영어표현에 빗대어 설명해보자. '사람 人'이 영어의 '~man' 또는 '~person'과 같은 용도로 사용된다고 한다면, '놈 者'는 '~ one'과 같이 '~man', '~person' 외에 '~thing', 'matter' 등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한국말에서 ‘놈’에 대한 감정이 달라진 것과 관련하여 놈 자(者)라는 한자 접미어에 대한 감정에도 좀 변화가 있었을까? 듣는 사람 기분은 어떨지 모르지만, 전통적으로 자(者)를 붙여 부른 직업 호칭들은 지금도 대개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 (직업) 기자(記者), 학자(學者), 노동자, 기술자, 편집자
특정 직업의 명칭은 아니지만 행동이나 상태, 역할 등에 일정한 특징을 지닌 사람(들)을 이르는 명칭 가운데도 자(者)를 붙이는 호칭은 많다.
- 연주자(演奏者), 지휘자, 화자(話者), 독자(讀者), 저자(著者), 시청자
- 사회자, 예언자, 타자(他者), 주자(走者), 타자(打者)
- 사용자, 노동자, 동반자, 소비자, 생산자, 투자자, 당선자(당선인)
- 승자(勝子), 패자(敗者), 강자(强者), 약자(弱子),
- 사자(使者), 사자(死者=亡者),
- 가해자, 피해자, 피의자, 범죄자, 용의자, 도망자, 망명자, 중재자
- 환자, 신자(信者), 불자(佛子), 관계자, 미성년자, 보호자,
- 부자(富者), 이민자, 체류자, 여행자, 생존자, 노숙자
- 지도자, 인도자, 독재자, 첩자, 안내자
- 장자(長者) : 덕망과 경륜이 있는 어른. 큰 부자를 점잖게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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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어쩌다 비하표현이 되었을까 (언어의 사회성)
본래 우리말 ‘놈’은 특별히 비하하는 의미는 아니었다. ‘사람’보다 조금 편하게 부르는 정도의 지칭이랄까.
그러면서 격의 없는 상대나 아랫사람에 대하여 쉽고 편하게 부르 호칭으로 굳어진 것 같다. 친구 사이에 '이 놈, 저 놈' 하는 지칭은 대개 친근감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십 년 정도에 한국에서는 그 말의 성격이 빠르게 달라졌다. ‘놈’이라는 우리말은 낮춤의 의미가 점점 심해지더니, 지금은 교양 없이 부르는 호칭(막말)이거나 심지어 상대를 모독하는 호칭으로까지 여겨지게 되었다. "이놈 저놈 하지 마라, 듣는 놈 기분 나쁘다." 이런 농담반 진담반의 유행어가 있었는데(아마도 80~90년대쯤), 지금은 정말로 기분 나쁘게 들리는 말이 되었다. 이제는 상당히 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불알 친구라 하더라도) '놈'이라는 말은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은 시대가 되었다. 30~40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언어는 사회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사회가 변하면 언어도 변한다. 이런 속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1990년 즈음에 남북간 실향민 고향방문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몇 차례 이루어진 적이 있다.
이 일과 관련하여 남쪽에 들어오게 된 북한 대표단원 중 한 사람이 '우리 안내하는 놈은 어디 있소?'라는 표현을 써 남쪽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북한에서는 '놈'이라는 표현이 아직 '사람'을 뜻하는 보편적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의 한국어(문화어)는 남쪽의 한국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화가 훨씬 적었다.
남북 언어의 이질화만 문제가 아니다. 현대 언어의 변화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사이에도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어휘가 매우 많아졌다. 같은 사물을 두고 부르는 말들도 이미 차이가 많다. 인터넷 등장으로 새로운 말은 전보다 훨씬 빠르게 전파되고, 옛 말을 알고 있는 노인 세대는 (상대적으로) 인터넷에 말을 많이 실어보내지 못한다.
(‘놈’의 의미 변천 과정)
▶높이거나 낮춤의 의미가 없는 평어 (조선시대 말까지)
→ ▶편하게 대해도 되는 사람을 친근감으로 지칭하는 다소 낮춤말, (60~70년대)
→ ▶다소 비하하는 호칭 (80~90년대)
→ ▶가볍게 모독하는 호칭 (이후 현대)
→ ▶공식적 관계에서는 절대 써서는 안 되는 비칭(卑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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