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주 논문 <지명의 전래와 그 유형성> 中에서)
1. 50회 이상 쓰인 글자 136개
필자는 졸고(1968)에서 남한 9개도의 군·읍·면·리명을 대상으로 하여 19,529개의 지명 표기 한자를 낱낱이 조사하여 이를 통계로 제시한 바 있다.
그 결과 총 한자 수는 1,496자였다. 이 중에 1회밖에 쓰이지 않은 것이 422자로서 29.5%를 차지하고, 50회 이상의 출현 빈도를 가진 용자는 136자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50회 이상의 출현 용자 중에서도 지리적 환경과 관련된 33개 한자가 9,499회나 사용되어 전체(35,517회)의 26.7%를 점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한자 지명의 한 특징을 알려 주는 증거로 삼을 만하다.
이 중 몇 가지 예를 출현 빈도 순서로 들어 참고로 삼고자 한다.
山(195:1,312) 谷(9:1049) 巖(10:504) 村(1:413) 城110:296)
田(13:368) 坪(52:314) 洞(7:369) 亭(19:294) 陽(88:96)
川(26:553) 浦(27:226) 林(36:183) 峴(60:181) 井(24:190)
湖(10:181) 院(69:105) 堂(45:113) 基(23:132) 橋(22:127)
泉(29:112) 島(13:104) 垈(9:108) 峰(7:94) 池(44:70) 峙(2:87)
(*괄호속 숫자 의미, 앞음절 사용 횟수: 뒤음절 사용 횟수)
이와 같이 상기 지명 중에서도 ‘山’자는 가장 높은 빈도를 보여 준다.
2. 지방의 자연환경 생활역사 반영된 문화유산
지명이란 각 시대와 각 민족의 정신문화의 특성을 표현한 것이므로 그들의 문화생활과 각 문화 지역에 속하는 발전상을 반영하여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한 나라 한 지방의 전래 지명은 사람이 살아온 과정에서 생성된 온갖 전설과 역사, 문화, 민속 등의 정보가 깔려 있어서 그 지방의 특수한 자연환경과 생활사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 문화유산이라 하여도 좋을 것이다.
현재 호칭되고 있는 전래 지명들을 자세히 보면
①그 지역 주위의 자연 환경 곧 산천·초목·암석·고개 등의 명칭에서 온 것,
②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샘·못·다리·성(城)·학교(향교)·서당·시장·창고·주막·정자·제조소·상점 등과 관련된 것,
③신앙의 흔적인 신당·장승·입석·지석·불탑이며, 서원·재실·비석·가로·유적 등에 따른 것과
④지역의 위치·형태·풍수지리·직업·취락 발생의 신구, 또는
⑤외래 종교(불교·유교·도교)의 영향에서 유래한 것 등 다양하기 짝이 없다.
이런 수많은 단편적인 지명들을 통하여 우리는 선대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고, 자연·인문 지리 환경을 돌이켜 볼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외래 문화의 영향, 전란의 자취, 문화 전반의 발달 정도, 그 지방의 특산물 등 향토사의 대략을 재구성해 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지명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기는 이희승(1932)에서였다. 그는 여기에서 우리말 연구를 위한 자료 중에 “고어를 충실히 또 풍부히 제공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곧 ‘지명’이다. 그 지명은 그 토지와의 고착성이 가장 강하여 용이히 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삼국사기’ 지리지에 나온 ‘達·買·呑’ 등의 옛말을 현재의 지명을 토대로 고찰한 바 있다.
(* 한글 학회에서는 1964년부터 남한 지역의 땅 이름을 조사하기 시작하여 1966~1986년까지 20권의 방대한 ‘한국 지명 총람’을 완간하였다.)
자료출처: 새국어생활 제4권 제1호(1994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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