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제에 관한 명칭(같은 항렬)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서로 다른 세대 간의 관계라면, 같은 세대(항렬) 안에서 서열을 가리는 관계는 형과 아우, 즉 형제(兄弟)의 관계다. 형(兄)은 윗사람을, 제(弟)는 아랫사람을 가리킨다.
(형제가 여럿일 때 순서를 구분해서 붙이는 접두어 백(伯)- 중(仲)- 숙(叔)- 계(季)- 제(弟) 등의 명칭 설명은 바로 앞엣글, '07 관계: 부모(父母) 세대에 대한 명칭' (링크 클릭)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형제사이에도 백형이니 중형이니 하는 문자로 서열을 지칭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주로 문어체의 일이고, 구어체에서는 보통 형-아우, 큰형, 작은형과 같이 순 우리말 위주로 사용한다. 구어체에서 상대를 호칭할 때 ‘아우’보다는 ‘동생’이 더 자주 쓰이기도 하는데, 정작 동생(同生)이란 어휘 자체에는 형이나 아우가 특정되어 있지 않다. 애당초 한 어미의 배에서 나온 형제 사이를 지칭하는 용어였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현재 ‘동생’이라는 말은 ‘아우’와 동일시된다. 여자형제들 사이에는 ‘언니-아우’를 쓰는데, 여성들 역시 과거에는 남성들의 경우와 다름없이 서로 간에 ‘형-아우’로 불렀을 가능성이 높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언어습관에서 여성들도 서로를 ‘형님-아우님’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에도 여성 동서지간에 ‘형님-아우님’이란 호칭은 흔히 사용된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남성들 사이의 관계를 ‘언니-아우’로 부르는 경우도 가끔 볼 수 있다.
남성 중심 문화에서 여성이 결혼해 시집에 오는 경우, 동서간의 서열은 자신들의 나이에 상관없이 배우자 남성의 형제 서열에 따라 위-아래가 결정된다. 맏아들의 부인은 나이가 아무리 어려도 맏며느리이므로 남편 부인들 가운데 첫째 언니가 되고, 둘째, 셋째 아들의 부인은 그 다음 순서가 된다. 남편이 막내아들이라면 아무리 나이 많은 여성이라도 동서들 가운데 가장 낮은 지위(막내며느리)가 되고 다른 동서들을 깍듯이 형님으로 모시는 것이 관례다. 이는 남자가 처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여성 형제들 사이 서열에 따라 남편들도 동서간에 형-아우가 정해진다.
- 형(兄-형제간): 장형(長兄, 맏형), 중형(仲兄, 둘째 형), 큰형, 작은형,
- 형(兄-친족간): 매형(妹兄=자형姊兄↔매제 妹弟), 인형(姻兄), 처형(妻兄), 형부(兄夫), 종형(從兄=4촌 형제간→종제 從弟), 가형(家兄=舍兄)
- 형(兄-친지사이): 대형(大兄) 아형(雅兄) 인형(仁兄) 숙형(叔兄)
- 형(兄-사회관계): 사형(師兄) 사형(詞兄) 학부형(學父兄)
- 제(弟) - 아우,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 후배, 후학 등의 의미
다른 사람에게 나 자신을 스스로를 낮추어 제(弟)라고 지칭할 수 있다.
- 제(弟-친족): 자제(子弟: 제 삼자가 남의 아들을 예의 있게 부르는 명칭), 제수(弟嫂↔兄嫂) 계수(季嫂), 매제(妹弟: 누이동생의 남편, 자매간에는 언니가 동생의 남편을 제부弟夫, 동생이 언니의 남편을 형부兄夫라 부름), 처제(妻弟)
- 제(弟-사회관계): 제자(弟子), 도제(徒弟-기술을 배우는 제자), 법제(法弟-불법을 배우는 제자) 사제(師弟-불법, 도를 배우는 제자↔師兄),
○ 사회적 형제 관계 - 그 가족에 대한 지칭, 호칭
서로 친족 사이가 아닌 사회관계에서는 주로 나이의 고하(高下)를 따라 ‘형-아우’로 호칭을 정하는 게 일반적이다(세대 차가 날 정도로 간격이 큰 상대, 사부 같은 관계라면 형보다는 어버이처럼 대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겠다).
다만 같은 직장이나 조직에 속해 있는 경우, 아무리 친근해졌더라도 이것은 사적(私的) 관계가 아닌 공적(公的) 성격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직급 직위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빌면, 관청(직장)에 나아가서는 지위의 고하에 따라, 배움이나 일에 있어서는 경험과 경력의 선후관계 따라, 마을에 있어서는(집에 돌아와서는/ 사적인 관계에서는) 나이의 고하에 따라 위아래를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회생활에서는 얼마든지 나이를 떠나 형-아우(선후배)의 관계가 정해질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이 원칙을 따르면 무난하다.
(이를 편의상 '사회적 형제관계'라고 정의해보자) 그렇다면, 사회적 형제관계에서 상대의 가족에 대한 호칭은 어떻게 정하면 좋을까. 친족 형제와의 관계에 준(準據)하면 무난할 듯하다. 내가 형으로 부르는 사람의 부인을 '형수'로, 내가 아우로 부르는 사람의 부인을 '제수'로 부를 수 있다. (다만 사회적 관계에서 내가 형으로 불리지만 상대가 나이가 많은 경우, 그의 부인에 대해서는 '형수'라고 부르는 것도 좋은데, 이는 부인이 포함되는 관계는 더 이상 공적 관계에 그치지 않고 사적 영역까지 확장된 관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르는 당사자의 인격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상대의 자식들에 대해서는 조카처럼 대하면 되고, 실제의 조카들을 부를 때와 같은 방식으로 호칭할 수 있다. 다만, 상대가 격식을 지켜야 할만한 형(큰형)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그의 자식들에 대해서도 '자제(분)' '따님'과 같은 경칭이 적당할 수도 있다. '사회적 형제'도 형제인만큼 그의 부모에 대해서는 '아버님' '어머님'과 같이 지칭하는 게 자연스럽고, 혹 직접 대면하게 되더라도 '아버님' '어머님'으로 호칭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그의 부모님이 사회적인 지위가 있고 그 지위에서 불리는 사회적 호칭을 좋아하는 경우라면 이 호칭을 센스있게 사용하는 것도 좋을 수 있겠다('박사님' '회장님' 같은 명칭 말이다). 그런데, 이런 호칭을 주로 사용하면 상대와 정서적 거리가 더 가까워지기는 어려울 듯도 하다. (* '사회적 형제관계' 항목은 이에 대한 검색유입이 많음을 보고 추가했음)
○ 아형(雅兄) 인형(仁兄) 숙형(叔兄) ~씨(氏)
아형(雅兄)은 남남인 남자들끼리 서로 존중하여 부르는 명칭. 혹은 상대의 성씨를 붙여 호명하는데- 김兄, 박兄과 같이- 이 때 형(~兄)을 붙이는 것은 씨(~氏)를 붙여 부르는 것보다 훨씬 존중하는 경칭이 된다.
상대를 대상으로 편지와 같은 글(메시지)를 쓸 때는 상대를 지칭하여 인형(仁兄)으로 쓰기도 한다. 또 숙형(叔兄)으로 지칭하기도 하는데, 숙형은 상대를 아주 편하게, 격의 없는 친구와 같이 여긴다는 의미다. 叔을 붙인 것으로 보면 나보다 어리거나 직급이 낮은 사람을 존중하여 쓸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 (叔은 '작은 형' 또는 아우를 의미하는 글자).
‘~씨’를 붙이는 경우는 아주 사무적인 태도로 자신과 대등한 상대, 또는 그 이하의 상대에게 붙이는 접미어다. 만약 상대를 직접 부를 때 ‘~씨’를 쓴다면(형식상은 존칭이지만, 호칭에 집착이 강한 한국인 특유의 정서상) 상대와 맞먹거나(대등하다는) 좀 낮잡아 부르는 호칭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兄과 氏를 함께 써서 '형씨!'라고 부르는 경우도 볼 수 있는데, 이를 존칭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형님!'이나 '형!' 보다 가볍고, '당신'과 비슷하거나 보다 가벼우며, '야' '너' 보다는 약간 무게를 두는 정도의 호칭으로 여겨진다. 그러니 초면에 함부로 사용하기에 적당한 말은 아니다.
호칭의 무게를 부등호를 써서 나타내본다면 이렇게 그릴 수 있겠다.
형님! > 형! > 형씨! 당신! > 너! > 야!
요즘은 상대 이름에 '~님'자를 붙여 '000님'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직급에 붙일 수도 있고 실명(이름)에 그대로 붙이기도 한다. 상대에 대하여 위아래를 구분하거나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널리 붙여 쓰기 좋은 존칭이다. 너무나 부르기 어려워 '각하(閣下)'라는 일제식 한자어로 불리던 대통령에 대해서도 '대통령님'으로 부룬다. '대통령님'이란 호칭을 가장 먼저 제안한 당사자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님) 이었다. 이후에 '각하'라는 호칭은 고어(古語)가 되었다. 우연히도 인터넷 시대가 시작되면서 호칭에 대한 '격식파괴'가 하나의 사조(思潮)처럼 확산되었다.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표현이 유행한 것도 이 시기에 (인터넷 문화와 함께) 시작되었다.
in-depth learning 1
弟子: 사부(師父), 사형(師兄), 사제(師弟)
아우를 가리키는 제(弟)는 제자(弟子)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제자(弟子)는 아우 제(弟)와 아들 자(子)가 합쳐진 말로 누구에게서 가르침을 받는 사람을 일컫는다. 아들이란 의미보다 아우라는 의미가 먼저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사이가 형과 아우 정도로 가까울 때, 서로 상대를 가리켜 사형(師兄)과 사제(師弟)로 부를 수 있다.
in-depth learning 2
* 서형제(庶兄弟)와 적형제(嫡兄弟)
적서(嫡庶)라는 말은 남자를 기준으로 본부인(정실正室, 정처正妻, 본처本妻)에서 얻은 자식과 후처(後妻, 측실側室) 또는 첩에게서 얻은 자식을 구분하는 말이다.
'적(嫡: 정실)’은 정실에게서 얻은 자식과 연관된 수식어고, 서(庶: 많다, 하찮다)는 후처나 첩에게서 얻은 자식과 연관된 수식어다. 서얼(庶孼)이라 하여, 서자(庶子)와 얼자(孽子)는 같은 말이다. 또 이들에게서 파생되는 새로운 관계들에 대하여는 ‘적(嫡)-’과 ‘서(庶)-’ 접두어로 붙여 지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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